1) Minotaure et femme(Dora Maar), 1936, Fusain, crayon, encre de chine sur papier, 40,5 x 72 cm
2) Minotaur Caressing a Sleeping Woman, 1933, drypoint, from the edition of 303, 11 5/8 x 14 1/2 inches (29.6 x 36.7 cm), San Diego Museum of Art, CA. See mythology.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 ‘미노스의 소’라는 뜻이다. 크레타(크노소스)의 왕 미노스는 왕이 되기 전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가 신들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 바다에서 황소 한 마리를 보내준다면 그것을 잡아 반드시 신에게 제물로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보내준 황소가 아까운 마음이 들어 그 황소를 외양간에 메어두고 자신이 기르던 황소 중 한 마리를 대신 제물로 바쳤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 왕에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배신에 대한 가혹한 징벌을 내렸다.
그의 아내이자 왕비인 파시파에로 하여금 자신이 보낸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한 것이다. 왕비 파시파에는 그 날부터 육욕(肉慾)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황소를 유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파시파에는 건축과 공예의 명장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해 암소의 형상을 만들도록 하고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가 마침내 황소와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머리는 황소이고,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였다.
미노타우로스는 배신과 육욕이 낳은 괴물이었으므로 천성이 결코 곱지 않아 걸핏하면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었다. 미노스 왕은 처치 곤란한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라비린토스(labyrinthos:迷宮)를 짓게 한다. 그리고 해마다 아테네에서 각각 7명의 소년 소녀를 뽑아 이 괴물에게 산 제물로 바치도록 했다. 죄악이 또다른 죄악을 낳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의 노력으로 미노타우로스는 미궁에서 죽임을 당하고 만다.
훗날 다이달로스 역시 왕비를 위해 암소의 형상을 만든 벌을 받는다. 그의 아들 이카루스가 너무 높이 날아오른 죄로 추락사하고 마는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사랑을 통해 예술 창작의 에너지를 얻었다. 그에게 여인들은 자신의 예술적 화로에서 불태워질 장작이자 희생 제물이었던 셈이다. 피카소는 23살 때 처음 연애를 시작한 이래 수없이 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 중에서 중요한 여인들로 손꼽히는 사람들만 페르낭드 올리비에, 에바 구엘, 올가 코클로바, 마리 테레즈 발터, 도라 마르, 프랑수아즈 질로, 자클린느 로크 등 7명이다. 페르낭드 올리비에는 피카소와 동갑으로 그가 파리에서 보낸 가난한 시절을 함께 했으나 버림받았다. 몸이 약했던 에바 구엘 역시 피카소의 가혹한 대접을 견디다 못해 결핵에 걸리자 버림받았고, 1915년 34세의 젊은 나이로 죽고 만다. 에바가 병석에 있는 동안에도 피카소는 다른 여인을 찾아 연애를 즐기고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인(도라 마르)의 운명 또한 라비린토스에서 미노타우로스에게 실컷 농락당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스페인시민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피카소는 루이 아라공, 폴 엘뤼아르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좌파 예술가들과 친교를 맺으며 나중엔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의 고향 스페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학살과 기아의 비참함이었다. 마침내 스페인 인민정부가 파시스트들의 손에 마지막 숨을 거두자 스페인에서는 대대적인 학살극이 빚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을 떠나 망명했다.
이 무렵 만난 것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지적인 여인이었다고 이야기되는 도라 마르(본명 마르코비츠 앙리에뜨)였다. 그녀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음울한 매력이 넘치는 초현실주의 계열의 여성 사진작가(피카소를 만나고 얼마 뒤부터는 사진을 포기하고 미술로 전향)였다. 하지만 이 때 그의 곁에는 관능적인 몸매에 젊음이 넘치는 프랑스 여성 마리 테레즈가 있었다. 피카소는 두 여인 곁을 오가며 마리 테레즈에게서는 밝음을, 도라 마르에게서는 슬픔과 비탄의 이미지를 취했다. 미노타우로스가 미노스왕의 배신과 파시파에의 육욕에서 태어난 괴물이었다면 피카소 자신은 바로 그 미노타우로스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주는 저주를 낳는 법.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죽자 그와 인연을 맺었던 여인들과 후손들은 한결 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피카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여인 중 한 명이었던 마리 테레즈가 목을 매 자살했고, 자클린 로크는 1986년 마드리드 전시회를 앞두고 권총 자살했다. 세 번째 여인 올카 코클로바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파울로는 약물 중독으로, 피카소의 손자 파블리토는 피카소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다가 자클린이 너무 완강하게 거절하자 독약을 먹고 자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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