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도 전기(戰記) TV 시리즈 박스세트 Vol.1~7
Various 감독 / 매니아 엔터테인먼트 (Mania Entertainment) / 2003년 10월
일본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즐기는 편인데 친구 녀석이 "베르세르크", "캡틴 타일러" 그리고 "로도스도전기" 세 시리즈를 구매한 것으로 즐겁게 보았다. 원래는 "캡틴 타일러" 부터 보고 있었는데, 중간에 한 타이틀을 빼놓고 건네주는 바람에 먼저 베르세르크와 로도스도전기를 보았다. 그 가운데 "베르세르크"는 이전에 올렸고, 이번엔 "로도스도전기"다.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은 미즈노 료의 판타지소설인데, 국내에는 "마계마인전"이란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원래의 제목을 찾아 다시 나왔지만 둘다 현재는 품절 상태다.
"로도스도전기"라고 하니까 무슨 도전기인가 오해할 성 싶어 제목을 약간 풀어서 말하자면 "로도스섬 전쟁기"쯤 된다. 미즈노 료의 원작을 바탕으로 TV판과 OVA판 두 가지 버전이 만들어졌는데, 내가 본 것은 DVD 7장짜리로 구성된 TV판 시리즈였다. 속지나 기타 스페셜 피처 모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다소 부실한 시리즈였다. OVA판은 좀더 낫다고 들었는데, 역시 요사이 등장하고 있는 초호화판 시리즈들과 비교해보면 부실하다.
지난 91년 애니메이션 OVA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내가 TV판을 보아서 그런지 싱겁기 짝이 없었다. 앞으로 판타지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의 기준은 "반지의 제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대작들을 통해 눈높이가 올라간 상황에서 "로도스도전기"를 본다는 건 영 심심하니까. 사실 판타지물이라고는 하지만 "로도스"란 섬이름은 낯이 익다.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3부작을 통해 우리들에게 나름대로 잘 알려진 내용이 바로 로도스섬 공방전이다. 동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점차 지중해의 제해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쪽으로 밀고 나오는 투르크 전사들에 맞서 기독교 세계의 전사들이 피비린내 나는 항전을 벌이다 결국 패하고 말았던 로도스 섬 전투 말이다.
로도스 섬 공방전의 주인공들은 성요한 기사단이었고, 이들은 이후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사단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든 "로도스도전기"의 원작자 역시 이런 로도스섬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대개 비슷한 경험들을 했으리라 생각하는데, "로도스도전기"의 경우에도 작품보다는 다른 부류, 예를 들어 설정집이나 기타 떠도는 자료로 먼저 주인공 캐릭터들을 보았다. 자유기사 판과 디드리드(디도), 흑기사 아슈람과 그의 다크 엘프(이름 까먹었음), 그리고 바그나드와 카라, 시리스, 용병왕 카슈, 니스 등등...
주요 줄거리는 대지의 여신 마파와 파괴의 여신 가디스 사이의 쟁투가 전체 작품의 밑바탕을 이루는 거대 줄거리이면서 이들 신들이 운명을 이어받은 인간들이 벌이는 싸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마치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 시바를 연상시키는 가디스, 비슈누를 연상시키는 마파의 대결 그리고 이들을 계승했다고 해야 할 영웅들이 총출동해서 저주 받은 섬 로도스의 운명을 놓고 격돌한다. 우선 로도스섬의 탄생 역사 자체가 마파와 가디스의 대결에서 비롯된다. 가디스는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했고, 마파는 이들을 지키려 했다. 최후의 대결에서 마파는 가디스의 저주가 대륙 전체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로도스를 대륙으로부터 떼어낸다.
그 뒤 마파는 타바에서 가디스는 마모라 불리는 암흑섬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작의 내용에선 자유기사 판이 마법사 슬레인 등과 회색 마녀 카라의 현신이 된 레이디아 등과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라 한다. 내가 본 TV시리즈는 크게 1부, 2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작은 마모의 흑기사 아슈람이 세 마리의 에이션트 드래곤을 처치하고, 마모에 의한 로도스 통일을 획책하는 것을 자유 기사 판과 용병왕 카슈가 저지하는 내용이고, 그 뒷편의 내용은 슬레인과 결혼한 레이디아의 딸 니스가 가디스의 현신임이 밝혀져 가디스의 부활을 노리는 바그나드와의 대결이 중심이 된다.
아마 10여년 전 이 작품이 처음 일본에서 만들어졌을 무렵 보았다면 그래도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았지 싶은데, 현재의 관점에서 보자면 많은 부분이 낯익고, 스케일이나 기타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가 반감되고 말았다. 그래도 판타지 매니아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