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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자기 혼자만 열심히 노력하면 자신의 인생도, 세상도 모두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은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잠시라도 그런 환상과 자신감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살다보면 사실 내 삶이 온전히 나의 선택과 노력만으로 잘 되지 않을 뿐더러 근본적으로 그런 구조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토마스 에디슨의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룩된다"는 말의 핵심은 흔히 알고 있듯 '99%의 노력'이 아니다. 바로 '1%의 영감'이다.
인생이 나에게 준 배역은 잘 짜인 범죄스릴러물에 등장하는 형사가 아니라 언제나 범인이고, 악역일 때가 훨씬 더 많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 모든 것이 틀어져 버리는 것처럼, 겉으로는 완전범죄를 치른 것처럼 보여도 아주 작은 단서 하나로 정체가 탄로나는 것처럼 인생은 때때로 노력보다, 우연, 혹은 운명 같은 일에 좌우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가 '노력'의 요소를 무시하는 운명론자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다만, 인생에서 노력이란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불가항력'이란 변명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만큼 잔인한 존재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며, 실수를 반복할 수 있기에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인간은 의도적으로도 실수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긴장하여 바지에 오줌을 지리듯...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던 지난 주 목요일 새벽 2시, 나는 최대한 침착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되는 일이 그리 쉬울리 없잖은가 스스로 위안하며 견딜만한 일일 거라고, 별거 아닐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다. 다행히 하루 입원만으로 퇴원할 수 있었지만, 그 하루는 정말 끔찍했다. 원고는 마감 기일을 이미 이틀이나 넘겼고, 아내가 병원에 실려가던 지난 주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같이 밤늦게 잠들어야 했다. 피곤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시간들, 아내의 갑작스런 통증이 그 정도로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시체처럼 쓰러져 잠들었을 것이다. 아내를 퇴원시키고, 주말 내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퇴원은 했지만 통증의 원인만 알았을 뿐 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아이를 임신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 시간 동안 나는 마치 그물에 걸린 불쌍한 날벌레처럼 무기력하고, 무력한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잘 짜여진 범죄드라마도 아니지만 종종 전혀 예상치 않은 순간에,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빈틈에 사람을 꼼짝달싹할 수 없이 가둬버리고 만다. 한순간도 자만하거나 방심할 수 없는 '빈틈'에 갇혀 오도가도 못한 시간이었다. 부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두 사람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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