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워드 진은 "오만한 제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 승무원으로 참전했던 자신의 경험을 회고한다. 그는 자신이 떨군 폭탄으로 사람이 죽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단지 비행기를 타고 있었고, 간단한 기계 조작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제도의 영유권을 놓고 벌인 포클랜드전쟁에 참전한 어떤 영국군 병사는 포트 스탠리 기지에서 벌어진 백병전의 기억을 몸서리나게 증언한다.
"총격전을 벌일 때는 자신은 방아쇠만을 당기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마구잡이로 쏘아대는 총탄에 누군가가 맞아죽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총검으로 백병전을 벌일 때는 다르다. 내가 상대를 치른 총검의 끝을 따라가면 총검을 쥐고 있는 내가 나오기 때문이다. 평생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산 정상에서 혹은 빌딩 옥상에서 내려다 본 거리는 실제하는 것이 아니라 환영(幻影)에 불과하다. 우리는 거리에 서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웃고, 울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상대도 나와 같이 피와 눈물로 가득한 인간이란 사실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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