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생일업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지만, 한 가지 일을 10여 년 넘게 하고 있다. 편집쟁이로 살아온 것은 1994년 대학을 졸업한 뒤로 줄곧이지만 그 후 한 번 직장을 옮겨 현재의 직장에서 잡지 만드는 일을 하며 산 것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몇 번의 마감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감하기 전에는 언제나 긴장된다. 필름을 출력하고, 인쇄기가 돌아가면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미 일이 저질러지고 난 뒤에 편하게 들춰보면 눈에 드러나는 오류나 실수가 비일비재하다. 마감을 경험할 때마다 겸손해진다. 나는 얼마나 완전하지 못하며, 완벽하지 못한지 뼈저리게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글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최소한 3번 이상 읽고 고친다. 수없는 마감 중에 처음 보내온 원고 그대로 세상에 내보낸 적은 한 번도 없다. 편집자는 욕심이 많아야 하지만 동시에 겸손해야만 한다. 당신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당신의 의도는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당신의 글을 읽을 독자가 당신의 그 마음과 의도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당신에게도, 당신의 독자에게도 누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애쓴다.
내일 또 한 번의 마감을 앞에 두고 있다. 이쯤이면 몸도 마음도 많이 피곤하다. 부끄러운 책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부끄러운 실수로 가득한 것이 또한 삶이 새겨지는 책 한권의 모습이기도 하다. 부끄러움도 감수하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또 한 권의 책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인쇄기가 돌아간 뒤에 나는 책에 묻은 잉크들이 마를 때까지 그렇게 지나간 과정들을 반추해본다. 무수히 반복했던 그 과정들을 또 다시 쓸쓸하게 혹은 부끄럽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