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 임제는 낯빛이 검고 기세가 호방하여 술을 즐겼다. 어느 날 그가 말을 타려 하자 종복이 나서며 말하기를, “나으리께서 취하셨군요.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다른 한쪽에는 짚신을 신으셨으니”하자, 백호가 꾸짖으며, “길 오른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가죽신을 신었다 할 것이고, 길 왼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날더러 짚신을 신었다 할 것이니, 내가 무엇을 걱정하겠느냐.”라고 하였다.
이를 기화로 논해보면, 천하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발만 한 것이 없음에도 보는 방향이 다르면 그 사람이 가죽신을 신었는지 짚신을 신었는지조차 분간하기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