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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에 존재하는 국무총리란 직책을 볼 때마다 마크 트웨인의 동화 "왕자와 거지"가 연상된다.
왕자와 거지가 연상되는 게 아니라 그 동화 속에서 왕자 거지(에드우드)와 신분을 바꿔치기 한 거지 왕자(톰)가 왕궁에서 만난 '매 맞아주는 아이'가 떠올라서다. 왕자에겐 매도 대신 맞아주는 아이가 있고, 심지어 대를 이어 매 맞는 일을 대신해 주길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참에 애들 장난 같은 국무총리제를 걷어치웠으면 한다. 이 나라는 내각책임제도 아니고, 심지어 내각책임제 시절의 수반이었던 장면 총리는 어딘가로 내팽개쳐 놓고, 윤보선만 대통령이라고 최고통치자 반열에 올려놓는 나라가 아니더냐.
2.
그나저나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단순한 동화로 읽고 있지는 않으신지... 이야말로 민주공화정을 표방하는 미국사회가 노예제 국가이며, 계급사회란 사실을 영국의 왕실에 빗대어 쓴 통렬한 정치풍자극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빈민가로 떨어진 에드워드이기 보다는 사실은 왕실에 들어간 톰이다.
그는 처음엔 왕실의 으리으리함과 번거로움에 어리둥절하다가 서서히 왕실의 허례허식과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젖어들어 그것을 즐기기까지 하는 심리묘사가 이 작품을 단순한 교훈담 이상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준다.
3.
이번 세월호 참사를 놓고, 선장과 선원들을 손쉽게 악마에 비유하지 마라. 우리는 이 사건을 보며 그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을 통해 우리들 자신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역시 매일매일 안온한 삶과 물질적 쾌락을 위해 매일매일 굴복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몇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물질의 쾌락과 권력이 주는 달콤함, 생존을 위해 여전히 영혼을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그렇기에 그 항해사가 기자들 앞에서 그토록 당당하게 떠들 수 있었던 것이겠지.
4.
왕자가 된 톰이 그 좋은 쾌락과 권력에서 벗어나 에드워드에게 왕위를 돌려주기로 결단하는 순간은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 마크 트웨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들여다 보는 순간"이라고....
누가 왕자인지 몰라서, 톰과 에드워드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눈먼 귀족들 사이에서 톰은 어머니마저 부인하려 들었던 자신의 양심과 영혼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이 작품은 해피엔딩이다. 에드워드 왕은 비록 단명했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왕이었던 것으로 평가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는 톰 역시 행복했으리라 아니 행복하길 바란다. (임금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어 죽어야 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당하는 세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좀더 부피있는 책으로 읽어주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