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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 (2005-05-19 11:57:11, Hit : 3851, Vote :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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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ndshoes.new21.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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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 - 모든 책은 헌책이다/ 그물코 / 2004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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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헌책이다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이 책이 내게 도착한 것은 오늘 오전의 일이고,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건 오늘 오후의 일이다. 이 책은 내 손에 도착한 즉시 헌책이 되었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따르면 생산되는 모든 상품은 필연적으로 중고 혹은 재고 상태에 돌입할 운명에 처한다. 가끔 내가 만든 책이 헌책방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아직 내가 쓴 책이 헌책방에서 발견된 적은 없지만(쓴 적이 없으니까) 내가 만든 책이 헌책방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종일 문장론을 썼다. 저녁 때 헌책방에 갔더니 "이 아이들을 어찌 할 것인가"가 한 권 꽂혀 있기에 700원을 주고 사 왔다. 내 책이 그런 데 꽂혀 있는 것이 어쩐지 버림받고 있는 듯해서 사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누가 사 가서 보도록 할 것을 잘못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교육일기"가 한 권 꽂혀 있어서 저걸 어쩌나 하고 마음에 걸리더니 그 뒤 가니 없어졌다. 누가 사갔던 것이다. 마음이 놓였던 기억이 난다. (1991. 4. 17 일기) - <이오덕, 본문 367쪽>
책 만드는 사람의 심정이 이럴진대, 책 쓰는 사람의 심정이야 두 말하여 무엇할까? 종종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먹고 사는 사람은 참 죄가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을 담아 예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저는 어떻게든 살아가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큰 몫이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가끔 현재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실천 없는 반성을, 사유 없는 실천을 반성하고 또다시 실천 없는 일상을 되돌아 보며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곤 합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곤 합니다. 어째서 나는 흙을 일구고 생명을 기르는 일을 택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아늑한 집을 짓는 일을 택하지 않았을까, 이른 새벽 아직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기 전에 길을 닦고, 청소하는 일을 택하지 않았는지 반문해보곤 합니다. 어째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책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는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제 속살 다 내어 바치는 세상 나무들에게,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읽게 될 사람들에게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받아 챙기는 월급이 오로지 저 혼자 일 잘해서 받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세상에 책 한 권 펼쳐내는 일이 제 속살 내어 바치는 세상의 나무들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항상 되살펴 묻게 됩니다. 이를테면 제가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밥값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문학을 전공했고, 글쓰기와 책읽기,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을 업으로 삼은 뒤로도 이런 일들을 직업으로 택한 데 대한 많은 회의를 품곤 했습니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며 자본주의의 음습한 기운이 전세계를 적시는, 희망이 사라진 세기를 살아가고, 비루한 일상 속에서 전망없는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속에서 문학이란, 글쓰기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일이란 얼마나 의미있는 일일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러나 시인 함민복이 <긍정적인 밥>이란 시에서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나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은 이 시인에 비하면 아직 멀기만 합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란 최종규의 말은 이 책이 헌책 구입을 돕는 실용서이자 책에 관한 에세이인 것처럼 꼭 명제이자 선언처럼 들린다. 나는 평균 세 달에 한 번 꼴로 이 책에 수록되어 있기도 한 인천의 한 헌책방을 찾는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가게 되는 것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외근나가는 주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기도 하지만, 헌책방의 책 순환 주기 역시 고려한 것이다. 세상엔 인연이란 것이 있다. 어떤 책은 남들은 구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갈 때마다 접하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내가 아무리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데 남들은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헌책방에 들르지 않는 것은 새책을 취급하는 서점과 달리 헌책방엔 매일같이 새책이 쏟아져 들어오지도 않을 뿐더러 매일같이 들른다고 해서 어떤 책이 꼭 내 인연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헌책방은 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으르게 사는 지혜를 일깨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종종 내가 들르는 헌책방 주인 아주머니는 안목도 있는 분이라 헌책들을 한묶음씩 일일이 묶어주면서 도리어 책 고르는 안목을 칭찬해주곤 한다. 상대방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그래서 서재를 공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관, 정신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 이렇듯 헌책방은 우리에게 인생의 미묘한 진리를 알려준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어쩌면 삶이란 이렇게 자신만의 서재를 가꿔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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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숙 |
이번 주말에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어슬렁거려 봐야겠군요. 간만에 그 주변 분식집도 들러보고...
근데 우리는 왜 '고서점'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않고 '헌책방'이라고만 하는지가 갑자기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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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
고서점이란 말엔 일종의 앤티크(근대 이전의) 서적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 담긴 탓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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