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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상여도 없이
- 이성복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가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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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상처를 받았을 때, 나는 음악을 듣는데, 음악을 연주하지 말라고 한다. 음악을 들을 수 없어 시를 읽는데, 시를 읽으니 상처 난 마음이 소금밭 위를 구른다. 알고 있다. 아플 땐 아플 만큼 아파야 한다.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편이 낫다는 걸 안다. 오래 묵은 상처가 쉬이 나아지지 않을 때 나는 화초를 키운다. 푸른 것들은 말이 없다. 아파도 아프단 말을 못하는 잎사귀를 어루만지며 너도 아프겠거니 너도 아프냐고 묻는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는 꽃들을 만지며 키운다. 언젠가는 네가 떠나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