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시대의 스승이란 어느 풀은 독초이며, 어느 계곡에서 잡히는 물고기에는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무엇을 먹으면 배탈이 날지, 죽을지, 살지 그것을 알려주는 스승은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가 스승을 "선생(先生)"이라는 어찌보면 무미건조한 호칭으로 부르는 이유가 사실은 우리보다 앞서 목숨을 걸고 경험한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준 사람들이란 뜻이다.
선생이란 단지 수학 공식, 영어 단어를 가르치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말이 아닐게다. 거기에는 분명히 "앞선 인생",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고가는 "선생"의 가르침이 수반되는 것이었을 게다. 독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먹고, 죽었던 이들의 체험에서 이어지는 가르침. 무엇이 맛있는 과실인지 앞선 선생들이 알려주어 후생에게 먼저 먹이는 가르침이었을 게다.
자기 것을 먼저 나눠주고, 가장 나중에서야 자기 것을 취할 줄 알았던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은 무엇이 저를 죽일 일인지, 무엇이 저를 살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선생이란 말에는 앞서간 고통의 흔적, 앞서간 상처의 흔적이 있다. 선생이란 말에는 그래서 세상을 사랑으로 먼저 감싸 안았던 이들의 흔적이 묻어있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는 먼저 그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2003/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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