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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화망명지를 만들 때, 영혼의 사원은 말 그대로 영혼의 사원이었다.
중3때 영세를 받고, 나는 고해성사가 가장 두려웠다.
고해하고 싶은 죄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고작 중학생이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을까 하며 웃을 이들도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불행히도 중학생이던 시절에 이미 나의 영혼은 고통으로 너덜거리고 있었다.
고통과 슬픔의 강도는 실제로는 매우 불평등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고통과 슬픔이 가장 중하다는 점에서
고통과 슬픔은 공평하다.
신영복 선생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유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비유가 지닌 모호함이란 원초적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이기에
비유가 지닌 본래의 뜻을 훼손하는 것이라 싫어하지만 종종 비유의 사잇길로 파고들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함께 비를 맞을 수는 있어도 그 이후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남겨진 사람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기에
해방의 열린 하늘을 꿈꾸는 이들에겐 열린 하늘 자체가 폭력적일 때가 있다.
함께 비를 맞던 사람들이 사라진 뒤에 남겨진 고통...
계속해서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인간공동체가 지닌 태생적 한계다.
누구에게나 슬픔과 고통은 개인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함께 하고,
함께 그 삶을 지속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버림받아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설령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리우지 못할 관계일지라도 누군가 내 곁에 계속 있어주길 희망한다는 걸....
영리하고 강한 사람은 그것을 숨길 줄 아는 것이고, 그만큼 영리하지 못하고 강하지 못한 자는 그것을 숨길 수도 없다. 나는 너무나 영리하고 강했기에 그것을 신 앞에서조차 숨기고 싶었다.
만약 내가 정말 구원받길 희망했다면...
"한 말씀만 하소서, 내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저 말 앞에 무릎을 꿇었어야 했다. 슬프게도 나는 영리하지도, 강하지도 못했기에
그것을 내 안에 파묻어 두었고, 그것들은 깊은 밤 홀로 깨어있는 시간마다 함께 깨어난다.
그간 내가 세상을 살면서 한두 가지 깨우친 진실이 있다면 그것이 내 안의 악마이든, 고통이나 슬픔
혹은 그것이 사랑이나 아름다운 동정이라 할지라도 때때로 날 것 그대로의 것을
집어던지듯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해도 이해려니와 도리어 자신만 파괴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류는 종교와 예술을 만들어낸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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