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국가의 법 규범은 계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모든 민주국가는 '헌법'이 그 나라의 최고, 최상위 법규범으로 자리매김하며 국가의 모든 법규범은 헌법에 합치되어야만 법으로서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모든 국가권력 역시 헌법에 위반될 수 없다. 헌법이 이처럼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는 것은 헌법은 제정 과정에서 민주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지가 총체적으로 집결되기 때문이다. 헌법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투표에 의해 직접 제정되거나 국민에 의해 선출된 헌법위원에 의해 제정된다.
민주국가에서 헌법은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국가기관에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 국회의원, 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에 의해 구성된 것들이다. 국회는 헌법에 의해 법규 제정권한을 위임받는 곳이고, 그권한을 위임받는 자들이 바로 국회의원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의거하여 통치권을 행사하는 자들이 바로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권력기관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
헌법에 의해 법률의 제정권한을 위임받은 국회는 법률안을 만들고, 의결하며 '법률'은 국내에서 헌법 다음의 규범력을 가진다. 그러나 법률의 제정권한 역시 헌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법률은 헌법을 위반해선 안된다. 따라서 법률은 헌법의 하위 법규범이며 어떤 법률도 헌법을 위반할 수 없으며 만약 헌법이 제정한 범위를 넘어서거나 헌법정신에 위배될 때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규범력을 상실하게 된다.
헌법은 명령의 제정권한을 대통령과 각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 제76조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제76조 1항)에 의거하여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명령' 등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의 중대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한 긴급한 상황으로 한정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것을 남발했고, 결국 부하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은 헌법에 의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권능을 갖지만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한하는 것이므로 대통령령은 '법률'을 위반할 수 없으며, 총리와 각부 장관에 의한 명령 역시 법률과 대통령의 하위 법령에 속한다. 이외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만 하고,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각부 장관령을 위반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령 또는 조례가 위임한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나 이 역시 법령, 조례가 위임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며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조례를 위반할 수 없다.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한다. 조약과 국제법규는 국회의 동의를 얻은 뒤에야 국내 해당 법규체계에 맞는 효력을 얻게 된다.
이처럼 모든 법규범은 헌법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으며, 헌법의 권한 위임 없이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위법이다. 다른 모든 법규범에 비해 상위법으로서 헌법이 이처럼 막강한 권위와 힘을 가질 수 있는 까닭은 법률의 제정 주체 간에 민주적 정당성에서 차이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민주적 정당성이란, 국민 다수의 대표로 뽑히게 되는 경우 얻게 되는 것이다. 즉 보다 많은 국민이 참여해 대표로 뽑은 사람일 수록 그에게 부여되는 권능이 커지며 그에 따라 그 주체가 정한 법규범의 권한 역시 더 큰 효력을 갖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이 가장 상위법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바로 권력의 주체가 국민이기 때문이며, 헌법은 국민의 의사의 총제로서 국민투표에 의해 제정되고, 개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헌법은 국민의 의사의 총체로, 국민투표에 의하여 제정, 개정 되는 것이므로 가장 강력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고, 법률은 전국민이 투표에 의하여 선출한 국회의원이 제정하는 것이며, 대통령 또한 국민이 선출한 자이기 때문에 강력한 권능을 가지는 것이다. 그에 비하여 국무총리나 각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며(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에 의하여 선임되기 때문에 간접적인 민주적 정당성이 있고,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그 지방주민들만에 의하여 선출되기 때문에 법률이나 명령보다 하위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규범에 대해 알고 있는 우리의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우리에게 헌법 위에 더 높은 상위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주었다. 바로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법(違法)이다. 권력자들의 위법(違法)과 불법(不法)은 국민의 의지를 총체적으로 모아 제정한 헌법보다 더 높은 상위법이라는 사실을 헌법재판소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제 남은 건 시민의 직접행동에 의한 '시민불복종'이다.
|
